"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자유로움"
오월정신이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확산되었음 좋겠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의 시작은 광주 오월정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연대라고하면 존속되고 구속되는 느낌이 많다. 광주의 오월을 다양한 콘텐츠로 해석하여 행사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최근 조선대학교에서 5월에 축제를 열게되어 말이 많았는데 누가 잘못했다가 아니라 5·18당사자들과 충분한 공감과 대화의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주제에 대해 충분히 대화한다면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좀 더 그런 자유로움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준 5·18당사자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말이다.
"다양성과 포용성"
광주에서 5·18에 대한 이야기는 참 부담스럽다. 생각해보면 오월을 주제로 한 이야기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지역 안에서 내부 비판이 자유롭지 못한 대표적인 도시로 광주를 말하는 이들도 많다. '같은 것을 같게'라는 연대의 오월정신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을 다르게' 서로 인정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담긴다면 보다 더 사랑받는 오월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에 대한 공감과 관용"
공감과 관용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시대와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서 (분명히 맞서야 할 것에는 맞서더라도) 최대한 관용의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이런 자세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한 오월정신이 또 다른 혐오가 되거나,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혹시 나도 모르게 그런 태도를 가지지는 않았는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믿음"
단합, 결국엔 공동체랄까? 혐오가 가득하고 서로를 너무 미워하며 점점 개인화가 되어가는 지금 이 분위기 속에서는 무엇보다 서로를 위하는 공동체적인 마음이 다시 한번 필요한 것 같다.
"어떤 방식의 저항이든 응원하는 용기"
80년 5월에는 많은 사람들이 불의에 항거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막으려는 국가폭력에 맞서 저항했지만 현대의 사람들은 수많은 사회문제들과 싸우고 있다. 기후위기, 젠더, 장애인, 이주민, 퀴어 등등 여러 갈등과 이슈 속에서 현대인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저항한다. 이런 현재의 저항정신들도 오월정신으로 확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방식의 저항이든 응원해 줄 수 있는 용기를 오월정신에 담기길 바란다.
"전국으로 확장되는 오월정신"
오월정신이 담을 수 있는 가치를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으로만 국한시키지 않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민주화를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들이 함께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우리가 광주라는 도시에서 마주했고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민주주의를 누리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민주화운동의 흐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예를 들면 가장 가깝게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 냈던 촛불시위도 민주화운동의 현재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건들이 연결되고, 이것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결국 이끌어낸 것인데 현재 우리는 5·18을 광주만의 이야기로 가두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5·18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큰 흐름 속에서 바라보고 전국적으로 좀 더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오지랖을
비웃음의 영역으로 남겨두지 않을 용기"
전후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까지는 3대가 걸린다고 한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전쟁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그들의 자식세대는 부모님의 트라우마 때문에 정서적인 어려움을 이어받으며, 3대에 와서야 '우리 자식은 그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하는 부모들 덕분에 조금씩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어쩌면 5월도 트라우마에서 헤리티지로 갈 수 있는 시점이 지금인 것 같다. 교조적인 방식으로만 전달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이것이 헤리티지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요즘 세대를 "누칼협 알빠노" 세대라고도 한다.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네가 그 선택을 했으니 그 상황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 이런 식의 약간 비웃음이 섞인 의미다. 이런 태도가 만연해 있다. 항상 어떤 문제에 거리를 좀 두고 비웃는 태도인데, 모든 것을 자신들과 관계없는 듯 비웃음의 영역으로 남겨두지 않는 것, 그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80년 5월 주먹밥 정신은 지금 세대의 방식이라면 오지랖이다. 밥 먹는 건 그 사람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이 밥은 먹었는지 챙겨줄 수 있었던 그 오지랖의 정신을 비웃지 않는 그 마음이 바로 이 시대의 오월정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