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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광주 청년들의 전일빌딩 MBTI 테스트 이야기 
  • : 역사 속 인물을 캐릭터로, 재미를 더하다
2024년 9월 9일
광주 한가운데 자리한 전일빌딩245, 이곳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장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네 명의 청년 "김재신, 박서영, 윤수현, 이채연"이 있습니다. 이들은 전일빌딩의 역사 속 인물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일빌딩 MBTI 캐릭터 테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 에.메.올 >에서 소개한 < 전일빌딩 MBTI 캐릭터 테스트 > 팀을 만나 그들의 창작 과정과 광주에서의 청년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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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반갑습니다 여러분 :-) < 전일빌딩 MBTI 캐릭터 >는 < 에.메.올 > 콘텐츠로 소개된 이후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 테스트잖아요. MBTI처럼 성향을 테스트해 나만의 전일빌딩 캐릭터를 찾는다는 발상이 신선했는데, 
이 테스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채연
저는 구례에서 대학 진학을 위해 광주로 왔는데, 대학 생활을 하며 '기획'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러던 중 2023년, 전일빌딩245 사업단에서 진행한 '청년예술기획창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죠. 이 프로그램의 과제는 전일빌딩245를 주제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 과제의 일환으로 만든 것이 바로 '전일빌딩 MBTI 테스트'였습니다.

전일빌딩245는 5·18 민주화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적인 장소인데, 이 가치를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당시 유행했던 MBTI 테스트가 떠올랐어요. 사람들이 성격 유형에 관심을 가지듯, 전일빌딩 속 인물들도 성격을 바탕으로 캐릭터화하면 역사 자체를 무겁지 않게, 그러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역사적 인물들을 현대적인 성격 유형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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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 테스트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서영
정말 우당탕탕이었죠. 저는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 가장 고민이 많았어요. 전일빌딩245의 이야기를 단순히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캐릭터라서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역사적 의미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캐릭터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정말 뿌듯했어요.

수현
저희 팀 4명이 거의 3주 동안 밤을 새우며 작업한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문항을 만들고 캐릭터 성격을 상상하는 과정은 재미있었지만,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게 힘들었죠. 특히 인쇄업체와의 소통과 프로그램 준비가 어려웠어요. 팀원들 모두 처음 해보는 실무 작업이었기 때문에 많이 헤맸는데, 그때 담당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새벽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었어요. 서로를 격려하며 끝까지 해낸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채연
저는 한 가지 순간을 꼽기 어려울 만큼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 성공적인 팀플 >이었어요. 사실 팀 프로젝트가 늘 쉽지는 않잖아요. 모르는 사람들과 협력하는 게 어려워 걱정이 많았는데, 이 프로젝트에서는 팀원들이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해줬어요. 다른 팀 청년들도 머리를 맞대며 도와줬고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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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역사와 관련된 테스트를 만드는 일이 말씀해준 것 처럼 많은 것들을 고려하게 되잖아요.
여러분들은  이 테스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채연
저는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며 5·18 민주화운동이 우리의 역사와 얼마나 밀접한지를 배웠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주제를 어렵고 무겁게 느끼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테스트가 사람들이 5·18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역사 속 인물들의 성격을 재해석하면서 그들의 삶을 알게 된다면, 광주의 역사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이 테스트가 사람들에게 5·18을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남기를 바랐습니다.

서영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처음 방문한 전일빌딩245의 역사를 이해하고, 각 층이 가진 의미와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도 막막했죠. 하지만 그 복잡함이 오히려 캐릭터 제작의 시발점이 되었어요. 어려운 상황이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로 바뀌는 경험을 한 거죠.  그래서 저처럼 사람들에게 이 테스트가 "어렵고 복잡한 5·18"이나 "들어가기 어려운 전일빌딩"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수현
전일빌딩245는 많은 광주 시민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이 테스트를 통해 전일빌딩이 시민들에게 일상처럼 여겨지길 바랐어요. 또한 제 또래 친구들이 역사적 자원을 더 많이 발굴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고, 우리가 만든 캐릭터들도 그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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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서영님과 수현님은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채연님은 광양에서 대학진학을 위해 광주로 오게 된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세 분은 광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으로서, 광주라는 도시가 어떤 도시인 것 같나요?

채연
광주는 여유로움과 활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도시예요. 수도권처럼 바쁘지만은 않으면서도 문화적인 기회는 풍부해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나 여러 전시, 프로그램 덕분에 청년들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광주로 대학을 오게 된 걸 되게 제가 한 선택 중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수현
광주는 적당한 규모와 다양한 문화적 자원을 가진 곳이라, 청년들이 여러 기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문화행사가 없다고 하지만, 잘 찾아보면 전시, 체험, 공연, 축제가 되게 다양한 도시잖아요. 그래서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싶은 청년들이 살아가기 참 좋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서영
광주에서 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람들이 정말 따뜻하다는거예요. 누군가에겐 이 도시가 '오지랖'이 넓은 도시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따뜻함이 넘쳐나는 도시거든요. 제가 실수로 가방을 열고 다닌적이 있었는데 지나가시던 어르신들이 친절하게 "학생, 가방 문 열렸어, 내가 잠궈줄까?"라는 말씀을 해주셨었거든요? 이렇게 아주 작지만, 소소한 다정함들이 모이는 곳이 광주라는 도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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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그렇다면 세분은 앞으로 광주에서 어떤 활동을 이어가고 싶나요?

수현
저는 '기획'일이 하고 싶었지만 '어떤 기획'이 하고 싶은지 꽤 오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다 최근에 봉사 활동을 하게 되면서 '어르신들의 삶'에 되게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는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어요.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거잖아요. 그래서 어르신들도 어르신들만의 속도로 삶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획자로 활동하고 싶어요.

채연
저는 작년의 < 청년예술기획창고 > 프로그램을 하면서 '광주의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문화 관련 기업에서 인턴십을 통해 더 많은 실무 경험을 쌓고, 사람들이 광주와 5.18 민주화운동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서영
저는 웹툰 작가로서, 광주를 넘어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그림 작업을 하고 싶어요.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며 활동을 이어가고 싶은데, 그 중에서 그려보고 싶은 건 "광주"를 주제로 한번쯤은 웹툰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광주에서 살아온 경험들이 결국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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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박서영, 윤수현, 이채연님께 감사드립니다.
에디터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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