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야제에서 느낀 연결감"
5·18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전야제 행사였다. 세월호 사건 직후 희생자 가족들의 연대가 이곳저곳에서 거부당하고 집회를 방해받던 시기가 있었다. 5월에 그분들이 광주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전야제에서 광주의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부의 방해가 있을까봐 내용을 오픈하지 않고 비밀리에 준비했던 것이다. 전야제가 시작되자 무대에서 세월호를 인양하는 퍼포먼스가 시작되고 예술인들이 급히 만들었던 세월호 모형이 시민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무대까지 나아갔다. 시민들이 배 모형을 무대 위로 올리며 유족분들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함께 외쳤는데, 그때 5월 광주가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공감과 연대를 나누는 곳임을 깨달았다.
"안부를 묻는 도시"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이 도시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광주가 갖는 특별함과 애잔함을 깊이 느끼곤 하는데, 도시와 나 사이에도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는듯 하다. 광주는 다른 도시나 사건들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안부를 묻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면서 비록 부족한 점도 많지만 항상 뭔가를 해보려 노력하는 도시구나 감동을 받았다. 또 "오월 정신", "광주 정신"을 말하며 완결성을 추구하는 도시라고 느껴진다. 다른 도시들처럼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그 이름 앞뒤로 '정신'이라는 단어가 붙어 특별한 의미를 만든다. 그래서 광주에서는 하나라도 뭔가 잘못하면 "광주는 이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이는 대구나 부산 같은 다른 도시에서는 잘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부분이다. 왜 광주가 이런 특별한 의미와 요구를 받는지 오늘 공론장을 통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연결감을 좀 더 넓혀가자"
광주에 살면서 아직 전야제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전야제"라는 그 문화 안에서 어떤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광주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열리지 못했던 상황 등 앞선 사례들을 살펴보면 "선택적 연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연대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는 그 폭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잘하고 있지만 이 연결감을 어떻게 좀 더 넓혀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오지랖, 그 양면성에 대하여"
광주는 오지랖이 넓은 도시이기 때문에 관계성에 집착하는 도시로 느껴질 수도 있다. "저 사람이 불편해할 거야"보다는 "저 사람, 뭔가 어려운 게 있어 보이는데 내가 도와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에겐 간섭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다정함일 수 있는 오지랖이 넘쳐나는 도시가 광주라고 느껴진다. 오지랖이 연결감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버거울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