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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ORA - 작지만 소란한 공론장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힘은.. 든다...!!🤣
2024년 7월 15일
지난 7월 2일 충장로에 위치한 한걸음가게에서 네 번째 < 작지만 소란한 공론장 >이 열렸습니다. 4회 호스트로 함께해 주신 김유빈 활동가님께서는 광주라는 도시에서 "활동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려주셨는데요. 활동가들은 어쩌면 "실천"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날의 이야기 지금 바로 전해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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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년 활동가가 바라보는 광주라는 도시

"진보적인 도시"라는 외부의 시선 
시민단체에서 일하다 보면 확실히 광주라는 도시에 대해서 외부인들이 "진보적인 도시"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 다른분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민간인이 국가에 의해 부조리한 탄압을 받거나 투쟁을 해야하는 일이 생겼을때 함께 연대할수 있는 시민사회가 광주에는 있다. 다른 도시는 시민사회가 약화되고 풀뿌리 운동을 정말 1인 활동가들이 어렵게 하고 있다. 그래서 광주를 부러워하는 분들이 많다.


"입진보 뼈보수"
글쎄, 어떤 면에서는 "입진보 뼈보수" 같다. 입으로만 진보를 말하고 뼛속까지 보수적인거다. 겉으로는 진보적인척 하지만 시민활동 현장에서 마주한 가부장적인 태도들이 너무 많다. 사내 성폭력 예방교육을 위해 외부에서 오신 강사님과 강의 수위를 어느정도로 해야되냐를 이야기하다가 "광주가 좀 보수적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도 "아니 혁명의 도시 광주에서?"라는 말씀을 하시긴 하더라. 확실히 외부인에게는 진보적이라는 인상이 있는 것 같다. 


선배세대와 대화도 필요한듯
현장에서 느낀 불편함들에 대해서 선배세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앞서 말한 "보수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상당부분 기성세대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다. 답답한 지점도 있겠지만 서로가 살아온 세월이 다르니 선배 활동가와 각자가 체감한 활동 현장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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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활동가는 노동자일까, 아닐까

좋아서 하는 활동이니까
구분이 없는 것 같다. 얼마 전에 광주청년센터에서 청년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초대되어 간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활동가"라는 정체성으로 생각한 적이 없어서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사회에서 이런 것들을 구분하는 시스템이 따로 없다 보니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5·18 분야에서도 내가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여겼지 "나는 5·18 활동가다"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이러니한 활동가에 대한 처우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열심히 목소리를 높이는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실제 삶을 보면 제대로 된 임금도 받기 힘들고 노동자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환경이 만연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에 그런 상황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은 떨어져 나가고 버틸 수 있는 사람들만 "활동가"라는 정체성으로 남게 되는 현실이 안쓰럽다. 개인적으로는 노동자로서 인정받고 싶다.

노동성을 인정해야 한다
활동가들의 노동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독립언론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임금이 턱없이 모자라다 보니 회사일을 겸직을 했다. 둘 다 열정을 가지고 일했지만 시간도 체력도 부족하다 보니 결국 정상적으로 월급을 받는 회사일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 활동 현장을 떠났다는 것이 지금도 사실 아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도 활동가의 노동성을 좀 더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가치 있는 일에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전념하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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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활동가" 재생산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의지"로만 할 수 없는 일 
활동가들의 현장에서는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지 서로 알지만 광주 시민들도 과연 그럴까? "시민단체"나 "활동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도시의 발전을 방해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 우리를 욕하는 현수막을 본 적도 있다. "활동가"가 누군가에게는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힘들어서 선배분에게 말했더니 "00이 의지가 약하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그 선배는 나름의 조언이었겠지만 이제는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운동권세대에게는 함께 운동하는 동료가 있었고 사회적 인정 체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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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페이로 청년들은 일 못해
현장에 또래 활동가가 별로 없다. 나이가 10살, 20살 차이가 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선배"라는 호칭이 어려울 때도 많다. 시민단체나 공익활동가들의 인력이 재생산이 되지 않는 문제에는 "임금"과 "노동복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5·18전야제 같은 경우도 매해 수고했다 박수치며 끝나지만 예산은 항상 부족하고 전야제에 투입되는 수많은 활동가, 예술가, 기획자, 엔지니어가 충분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80년 5월을 직접 겪은 세대들은 "우리가 그래도 해야지...!!"라는 마음을 공유하지만 우리 세대도 그럴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비상근이라고 해도 한달에 50만원, 100만원 받으면서 그렇게 일 못한다고 생각한다. 
끈끈한 네트워크가 부럽기도
선배 활동가들이 살았던 시대는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죽음과 투쟁하는 과정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함께 목숨을 걸었던 전우애 같은 끈끈함이 있고 네트워크가 단단하다. 그런 점이 부럽기도 하다. 다음 세대의 활동가들은 각자의 관심사를 통해 이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다양성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끈끈한 네트워크는 부족한 것 같다. 서로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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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들

정치 플랫폼을 만들기 
역사를 좋아해서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대부분 정치에 관심이 없다. 시민들이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등 투표를 할 때 후보에 대해 알아보거나 공약 등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매번 앞자리의 "그 당"을 뽑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관심 갖고 살펴보면 진짜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사람도 있고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하는 분들도 있다. 시민들이 이런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청년들이 좀 더 정치분야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정치 플랫폼을 지역에서 만들어보려고 준비 중이다.

토론회에 참여하기
시에서 분기별로 토론행사를 하는데 정말 2-30대 활동가분들 만나기가 힘들다. 몰라서 못 오시는 경우도 있지만 관심이 없어서도 그렇다. 그런 토론 자리에서 젊은 활동가분들이 내는 의견 하나에 정말 정책적으로 큰 변화들이 생긴다. 활동 현장에서 일을 해나가는 것도 벅찬 상황이지만 그래도 우리 지역의 고민들을 토론하는 자리에 좀 더 관심 갖고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목소리만 들어가도 현재 정책들의 문제점이 다시 보인다. 오늘 만난 청년분들이 지역의 현안들에 외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알리기
많은 활동가분들이 자신의 월급을 쪼개 다른 단체와 동료 활동가를 위해 후원을 한다. 금액의 액수와 상관없이 이런 것도 정말 소중한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5·18을 주제로 진행되는 여러 토론회에도 앞에 나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매번 비슷한 분들이 호명된다. 특히 청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떨 때는 청년의 목소리를 그냥 "끼워팔기"하는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호명되지 않았더라도 그런 자리에 "다양한 청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장에서 만나 존재를 확인하고 서로를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5·18을 향한 청년들의 의견을 누구 한 사람의 목소리로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응원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
오늘 같은 행사에 오는 것도 실천이다. 개인적으로 활동이랑은 무관한 삶을 사는 일반인이고, 태어나서 고등학교 때까지 광주에서 살다가 잠시 광주를 떠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는데 여전히 광주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런 행사가 있거나 활동가들이 어떤 운동을 할 때, 가끔 누군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박수 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조금이라도 힘이 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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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한마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여자 주인공이 하는 말인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성공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단지 보람되면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보람도 있지만 그 일이 자신의 영혼도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 계신 활동가분들을 모두 응원하지만 지치지 않도록 보람을 느끼는 와중에 본인의 영혼을 채울 수 있는 그 포인트를 꼭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에 오신 많은 분들이 활동가들을 향한 존경과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언해 주신 참여자분의 위 말이 참 기억에 남는데요. 활동가들이 어렵고 험난한 일을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답한 것은 "동료"였습니다. < 작.소.공 >에서 만난 짧은 2시간이었지만 그날 모두가 잠시나마 동료의 끈끈함을 나눈 것 같아요. 이 세상의 모든 활동가분들을 응원합니다.

(마침)

본 아티클은 현장에서 나눠진 이야기들과 행사 후 온라인 채널을 통해 남겨주신 소감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7월 2일 화요일 한걸음가게에서 진행된 < 작지만 소란한 공론장 >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에디터 : 김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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