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말씀을 듣고 보니 학동 참사와 5·18 관련 두 작품 모두 ‘사실화'에 적극적인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사실성이 역사를 기억하는 역할도 하는 반면 너무 사실적이라서 개인적으로 저는 폭력적으로 느껴지거나 그래서 관심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수린씨가 생각했을 때 이 가슴 아픈 역사들이 지속적으로 소개되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나요?
수린님: 저희 단원들도 거기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요. 요즘 트렌드는 사실적이지만 사실적으로 풀어내지 않는 작품들이 많은데 우리가 사실적으로 해야 되겠느냐. 올드하지 않냐 등등. 하지만 광주 학동 참사도 그렇고 5·18에 대해서도 그렇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객에게 부담감이나 거부감을 들게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온전히 그날의 사건을 잘 전달하고 우리가 그때의 아픔을 공유해야 계속해서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희 나름대로 사실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표현 방식이나 연출의 각색을 통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게만 하진 않으려 해요. 이게 어쩌면 저희만의 방법을 고안해낸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에디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면 수린님은 적극적으로 이런 역사에 참여하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본인이 생각했을 때 광주 청년, 특히 주위 친구들은 5·18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수린님: 잘 모르겠어요. 제 주위 친구들은 5·18에 대해 이야기는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사람들이 무거운 분위기에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광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5·18에 대한 ‘한’이라는 게 각인돼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5·18은 폭동이다.’라는 왜곡적 발언에 인정하는 광주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없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직접 반응하거나 목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이 아픔을 홀대하고 무관심으로 방치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5·18의 한을 가진 채로 각자만의 생각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