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금남로에서 44주년 전야제가 진행되던 날 심해는 "518 RAVE" 라는 이름으로 DJ들이 무대를 꾸몄습니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혁명의 도시 광주에서, 그날의 횃불처럼 여전히 밝고 대담하게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과 연대"하자는 의미로. DJ들은 "평화"를 주제로 저마다 아껴놓은 곡들을 선보였어요. 심해에서 이런 무대를 기획한 이유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5월에 광주에 오게 된 DJ "요일바(요한 일렉트릭 바흐)"님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전자음악으로 믹스한 곡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죠.
사실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노래를 (감히) 클럽 음악에 사용해도 되는 걸까?" 라고요. 하지만 곧바로 스스로에게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왜 안될 거라고만 생각한 거지?!?" 현장에 계신 분들께도 질문을 던져 봤어요. 어떤 대답들이 나왔을까요?
솔직히 난 못했을 듯...ㅜ
광주사람으로서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전자음악으로 믹싱 해서 클럽에서 최초로 발표한다고 생각하면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난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서울에서 온 아티스트가 쫄지 않고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게 너무 멋지다.
일단 음악 자체가 너무 좋은걸?
무엇이든 지역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자체를 응원한다.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를 하려고 할 때 남의 눈치도 보게 되고 자기 검열도 하게 되지만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할 때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막상 들어보니 음악 자체가 너무 좋다. 아이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고, 그 곡의 힘과 어우러지는 평화의 사운드가 멋지고 감동적으로 들렸다. 전자음악인지, 클럽음악인지 그런 것들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이 곡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부를 수 있고 재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의도라고 생각해!
내가 어떤 의도로 이 음악을 만들었고 용도를 선택해서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대한 "의도"가 결국 중요하다고 본다. 5·18을 알리고, 기억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면 그 곡을 들을 사람들이 그 의도에 따라서 가치 판단을 할 것이다. 자유로운 재해석의 영역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이 의도가 바르지 않은 왜곡과 폄훼 세력을 경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