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선화님 안녕하세요! : ) 반가워요! 자기소개를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선화님: 세상에서 자기소개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하하...🙂↕️ 왜냐하면 갈수록 내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한 마디로 딱 말하기가 어렵거든요. 저는 언어가 전공이라 통번역이나 과외 같은 일도 하고 있고요. 디자인 등 시각예술에 워낙 관심이 많기 때문에 관련 일들도 조금씩 하고 있어요. 영화도 좋아하고,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좀 불리고 싶은 건 "작가"일 것 같은데 이게 글을 쓰는 작가의 개념이기도 하고 "작가주의"를 의미하는 작가랄까요!
에디터: 요즘엔 많은 분들이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살잖아요. 반드시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본인을 소개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등학교 마치고 유학을 다녀오셨고 서울에서 쭉 사시다가 다시 광주로 돌아오셨다고요.
선화님: 사실 뭔가를 제대로 적극적으로 해보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술을 하고 싶어서 예술학교로 다시 입시도 준비해 봤고 디자인 공부도 해봤고 여러 시도들을 했지만 잘 풀리지가 않았어요. 프랑스나 미국으로 유학을 다시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죠. 제가 숙대 입구랑 서울역 사이에 있는 청파동이라는 곳에서 6년 정도 살았는데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들이 계속되던 20대 후반 무렵 동네를 걸어가다가 우연히 인상 깊은 포스터를 하나 발견했어요. 독립출판 오프닝 같은 행사의 포스터였는데 우리 동네와 어울리지 않게 포스터가 굉장히 세련된 거예요. 그 포스터를 보고 찾아간 행사에서 만난 분들과 인연이 되어 함께 글도 읽고 공간도 찾아다니고 하다가 "뭔가 재미있는 일 없을까?" 하며 조금씩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를 하기 시작했어요.
에디터: 그때 하셨던 기획들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선화님: 낭독회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 시를 썼어요. 구독자들에게 후원금을 받고 메일링으로 시를 발행했는데요. 4명이 작가로 참여했고 한 명 당 한 달에 두 편씩, 그러니까 독자들은 한 달에 약 8편 정도의 시를 받아볼 수 있었죠. 1년 정도 진행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이 글을 엮어서 나중엔 "동인 알몸"의 < 사색 >이라는 책도 만들고 꽤 즐거운 프로젝트였죠.
에디터: "살롱 능소화"라는 공간도 운영하셨다고 들었어요!
선화님 : 맞아요. 커뮤니티 카페 같은 살롱도 운영했었죠. 회화하는 사람, 디자인하는 사람, 의상 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근데 뭔가 거기서도 저는 정체성이 모호한 거예요. 예술가와 일반인 사이에서, 그 왜 연예인과 일반인의 경계에 있는 사람을 "연반인"이라고 하잖아요. 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제가 너무 예술가 같다고 하고, 예술하는 사람들한테는 뭔가 좀 시시하게 보이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활동가인가? 생각해도 잘 모르겠고... 그 과정 속에서 항상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생각해 보면 저는 항상 그랬어요. 헤매는 사람이랄까. 기본이 그런 것 같아요. 이제는 살짝 해탈을 해서 그게 제 아이덴티티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