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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스스로 선택한 자유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인권 등을 품고 5·18기념재단에 입사한 5·18 국제연구원 김혜선님의 솔직한 이야기

2024년 7월 15일
5·18기념재단에 취업하고 싶은 청년을 위해 대놓고 잠입한(?) 에.메.올 프로젝트팀!
국제연구원 김혜선님을 붙잡아 재단 입사에 관련한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게 훔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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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A.
저는 5·18기념재단 5·18국제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혜선이고요. 주로 국내에 있는 5·18 자료들을 조사하고 국내외 연구자들한테 5·18 관련 연구를 소개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수많은 직장 중에 < 5·18기념재단 >에 입사하게된 이유(계기)가 있을까요?

A.
질문에 “수많은 직장들 중에” 하나잖아요. 그럼 저도 수많은 이유 중 하나만 말씀드리면 일단은 직업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건 “가치관”인 것 같아요.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삶의 방식을 정하고 그 안에서 업을 선택하는 데 가치관은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5·18기념재단은 제 스스로 선택한 자유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인권 등이 있기 때문에 선택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다른 계기를 말씀해 드리면 제가 역사를 전공했는데요. 대학생 활동이나 알바를 할 때 역사 전공생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수업도 그때 처음 맡게 됐죠. 동아리 내에서 전라도 출신이 저였기 때문에 잘 가르칠 거란 기대감으로 맡게 됐어요. 하지만 5·18은 알아도 가르칠 역량은 부족했어요. 역사를 깊게 알지 못했던 거죠. 당시 5·18 역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 또 호남인으로서 경상도 청소년들에게서 느낀 불편한 인식과 반응을 보면서 그제야 5·18을 정확히 인식하게 됐어요. 변화의 지점이었고 스스로 역사를 전공하면서 어떤 공부를 해나가야 되는지 삶의 기준이 됐던 계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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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단은 비영리적 가치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본인은 어떤 가치로 일하시나요? 혹은 어떤 가치를 찾고자 하시나요?

A. 
이 질문에 답변은 조금 진부하게 말하게 되는데요. 제가 바라는 가치이기도 하고 이곳에 입사하면서 생각하고 있는 게 바로 “용기”인 것 같아요. 다르게 말하면 “잘못된 것에 대해서 잘못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업무나 주변 동료들과 관계에서도 해야 될 말을 하지 못하면 연구원이라는 일을 할 수 없겠다는 걸 입사 후에 발견하게 된 거죠. 또 입사 전에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이 일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약간 바뀌었는데요. 일이 저한테 힘들게 느껴질 때도 많아지다 보니 일에 대한 회의감과 행복이 충돌하면서 마음을 힘들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잠깐의 행복을 버리고 대신 오늘 이 순간만큼은 불합리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은 용기를 생각하자고 여기니 만족감이 생겨 이 일에 손을 놓치 않게 됐어요. 그래서 이 용기라는 가치를 계속 마음에 심고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이곳에 입사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요? 혹은 준비해두면 좋을 것 같은 이력(자격증, 대외활동 등등)이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A. 
특별히 준비한 거요?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5·18 관련 기관에서 일하게 되면 “재밌겠는데?”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어요. 입사를 위해 관련 자격증을 따려 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역사를 전공했고 활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제가 가지고 있는 역사 지식들을 알려주게 되는 상황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학부 과정에서 알게 된 외국인 친구들과 자주 놀러 다니면서 역사 유적지를 설명해 주고 싶었어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죠. 좀 더 수월한 설명, 대화를 하고 싶던 게 기본 회화 정도 할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영어가 입사에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선택이죠. 대신 국외로 5·18 민주화 운동을 영어로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스스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겠죠. 애초에 언어능력이 필요하다면 별도로 채용공고로 내고 있고요. 꼭 필요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있다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신 5·18기념재단이니 근현대사에 전반적 이해도는 꼭 필요해요. 거기에 맞는 자격증이라면 한국사 자격증 정도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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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단에 일하면서 더 많은 청년들이 5·18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어떤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나요? 또는 생각해둔 프로그램이 있다면 설명해 주세요

A. 
질문을 아주 조금 바꿔서요. 새로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기보다는 제가 지금 맡고 있는 업무와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지금 5·18 연구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저희는 주로 진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이 있어요. 2022년도에 처음 개최되고 올해 3회를 맞이한 프로그램인데요. 참석하는 지원자들이 주로 5·18 연구를 하고 있지 않지만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이 참석하세요. 그런데 5·18을 깊게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신진연구자 워크숍은 그런 분들에 니즈에 맞춰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 생각해 주시면 돼요. 일반 사회학과, 역사학과 또는 영상, 영화전공자, 작가 준비생, 대학원생 등등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다양해요. 이걸 말씀드리는 이유는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개선할 점과 보안할 점을 받고 있어요. 이제 3회차니까 여기서 좀 더 발전시키고 정착시켜 일반 청년들과도 5·18을 함께 연구하고 배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위해 저도 열정적으로 공부하게 되는 것 같고요.


Q. 본인이 입사하기 전후로 느낀 5·18기념재단은 어떤 곳인가요?

A. 
제가 표면적으로 와닿았던 건 모든 직원들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아픔을 겪었던 분들을 공감하고 5·18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기 위한 과정에 있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 기본 업무량 외 다른 많은 일들을 해야 되는 과정이 있어요. 특히 저를 빗대어 말하면 입사 전 지원할 때만 해도 지향하는 목표나 바라는 게 있었는데 다양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입사하면 이렇게 하고 싶어'했던 부분들을 놓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이건 모든 직장인에 고충이긴 하죠. 여러 가지 일을 맡게 되면 성장은 있어도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에 좋아할 일도 심적인 압박을 가한다고 생각해요. 시간은 한정돼있는데 업무량은 늘어만 가니 야근이나 주말 출근이 필요하게 되고요.

이런 부분에 있어 올해 상임 이사님이 새로 오셨는데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직원들의 인권과 수행하는 일에 대해 우리가 존중돼야 되고 발언되는 이야기들을 되돌아보며 한번 생각해 봐야 된다는 말씀이었어요. 가장 강조하시는 만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저희 재단이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하게 돼요. 대신 민주, 인권, 평화에 대한 가치를 지향하는 다른 기관들이 "민주적인 절차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항상 질문을 던져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일을 수행하는 이들에게도 민주, 인권, 평화에 대한 가치가 동일하게 적용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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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하시며 느낀 재단의 분위기와 동료/선배들은 어떤가요?

A.
작년에 비슷한 2030 세대가 입사를 되게 많이 했어요. 그전에는 그렇지 않았죠. 그렇다 보니까 내부적으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나름 좋은 시너지도 함께 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입사했을 때는 부장급으로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아서 인생에 선배는 될 수 있지만 업무에서 직접적인 질문이나 소통이 어려웠어요. 특히 2030 세대에게 1:1로 가르쳐 줄 수 있는 선배가 부족하니 내부에서 문제들이 자주 생겼던 것 같기도 해요. 대신 시간이 지나니 재단 내부에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모두가 서로 배우고 가르쳐 줄 수 있는 배려하는 태도가 있으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긍정적인 문화로 바뀐 것 같아요. 하지만 직장은 학교가 아니잖아요. 직장인이면 어쨌든 스스로가 기본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은 필수라 생각해요.


Q. 5·18기념재단에 일한다는 것에 대해 가족 또는 친구들은 어떤 말을 하던가요? 그리고 많이 받은 질문이 있나요?

A.
5·18기념재단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과 학창 시절 친구들은 저를 자랑스럽다며 응원해 줬어요. 제가 경험해온 활동, 학문적 배경을 고려할 때 잘해낼 수 있을 것임을 아는 믿음의 응원이었죠. 대신 재단에 일을 시작하고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대학 동기들은 제가 5·18에 관련하여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라워해요. 대학생 시절 활동적인 모습과 새로운 도전에 쉬지 않던 모습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5·18과 정적인 연구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니까요. 어떤 동기 친구는 낯설다는 말까지 했고요. 또 다른 친구는 전라도 출신이라는 점에서 잘된 일이라며 농담 삼아 이야기도 해줬거든요^^

그래서 요즘 저의 소소한 즐거움 하나 말씀드리면 타 지역 혹은 해외에 살고 있는 제 친구들이 광주를 방문했을 때 제가 일하는 장소와 5·18을 소개해 줄  때 즐거워요. 몇몇은 5·18에 대한 벽을 허물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또는 더 알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어 한편으로 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도 해요. 이런 경험들이 있어 간혹 일에 힘든 순간들을 직면할 때, 포기하지 않고 더 잘하고 싶은 의지를 갖게 해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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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5·18기념재단에 일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A.
고민할 시간이 있나요. 우선 도전하세요! '5·18에 대해 전혀 몰라요'처럼 무관심인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현재 재단 구성원에 2030 직원들이 많아요. 5·18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임에도 세계시민들에게 5·18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 담당자로서의 역할 등을 정말 멋지게 해내고 있어요. 저 역시 5·18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고, 재단에 입사한 지 2년차 라서 5·18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배우며 일하고 있어요. 우선 망설이지 말고, 지원하세요.😉 재단은 5·18과 관련한 문화, 예술, 교육, 학술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재단에서 진행하는 5·18 교육에도 참여해 보시면서 내게 알맞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합니다.

(마침)


인터뷰 진행일 : 2024년 7월 5일
에디터 :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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