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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광주에 사는 이십대 남자 박제상
2024년 7월 1일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 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채 소소한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자신감 넘치는 기타 선율만큼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소개하던, 광주에 사는 이십대 남자 박제상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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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제상님 반가워요.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제상님: 안녕하세요. 시민단체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97년생 박제상입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정치를 좋아하고, 재미있는 인연을 즐깁니다!


에디터: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곳에서 근무하시나요? 

제상님: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광주로에서 일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사)광주로는 지역정책을 제공하고, 제안하고 시민사회에서 직접 의제들을 발굴해나가는 곳이라고 저는 느껴지네요! 정책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고, 교육사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공익활동가들을 위한 복지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정확한 설명은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시면 더욱 좋겠네요(블로그와 홈페이지... 잦은 방문 부탁드립니다..야호). 일경험드림 사업을 통해 현재 이곳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데 선택하게 된 이유라면 시민사회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른 곳들도 정말 많았지만 눈길을 끌었던 건 (사)광주로에서 진행하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사업이나, "5월로 시작하는 달력" 등의 활동들이었어요! 그 사례들을 보며 바로 "그래 이곳이야!"라고 선택하게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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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인터뷰 전에 버스킹을 하고 오셨다면서요? 오늘 어떤 노래를 불러주셨나요?

제상님: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라는 산울림 밴드의 노래였어요. 김창완씨 아시죠? 주변 친구들에게 물으면 밈(meme)으로는 유명한데 가수인걸 모르더라고요. 제게는 대한민국 밴드 역사의 한 획을 그으신 분이거든요. 이걸 왜 모르지 싶어서 제가 고민하는 게 하나 있는데 이걸 거기에 연결시킬 수 있겠다. 재밌겠다 싶어 이 노래를 정말 많이 부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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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방금 말씀 중에 고민과 연결이란 말을 하셨는데 어떤 "고민"을 어떻게 "연결"하려는 거예요?

제상님: 제가 음악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해 줘요. 물론 속으로는 언제 철들어서 취업하려나 걱정하고 있을 거란 생각도 하지만요. 그렇다 보니 기성세대분들은 저를 얼마나 한심한 눈으로 보시겠어요. 아니 느껴져요. 현실적으로 제 상황을 좋게 보시지는 않겠죠. 그래서 기성세대분들과 저를 이어줄 수 있는 음악을 되도록 향수를 일으킬 수 있는 정겨운 옛 곡들로 들려드리려고 해요. 대신 저한테 콕 하고 느낌이 오는 노래들을 우선으로 선택하려고 해요. 재밌게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 대부분이 옛 노래들이라서 선택하기도 편하고 부르기에도 재밌어서 즐겁게 하고 있어요.


에디터: 기성세대와의 시선차이를 음악으로 연결하는 것이네요! 
요즘은 취미라는 게 필요한 시대라고 저는 생각해요. 음악은 제상님에게 단순한 취미인가요?

제상님: 그냥이 아닙니다. "강력한 취미"죠. 여러 취미들 중 메인으로 자리 잡고 있고요. 이걸 중점으로  나머지 곁가지식 취미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음악으로 버스킹과 밴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가장 메인 취미로만 생각해요. 다르게 말하면 "음악을 업으로 삼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죠. 전공자도 아니고 노래를 잘하거나 기타를 잘 치는 것도 아니라서 이걸로 성공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종종 취미가 업으로 전환되기도 하는데 저는 그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죠. 취미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삶을 즐겁게 해주는 게 역할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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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전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에 "광주에서 5·18은 일상 같다"는 표현을 써주셨어요. 그건 어떤 말인가요?
제상님: 정말 일상같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아요. 교과서에서 보던 5·18을 경험하거나, 이야기를 같이 나누는 순간들도 그렇고요. 금남로 일대가 항상 시위나 행사로 차량 통제되는 모습을 시민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잖아요.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어요. 금남로는 시내인데, 광주 사람들은 어떻게 도로 한복판을 통제하는데 불편감을 호소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전야제도 정치적인 보여주기식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날만큼은 정치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평범한 시민들이 마치 축제처럼 그 모습을 바라보고 그날을 기리고,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게 신기했어요. 순간 "멋진 광주"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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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청년이 5·18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상님: 그럴 수 있을까요? 그런데 해봐야죠. 이번 조선대학교 축제는 5월에 이루어졌죠.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왔던 암묵적인 룰이 깨진 순간이라고 저는 느껴요. 그런데 당연히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죠. 그것도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실제 커뮤니티에서 찬반에 따른 논쟁이 시작됐는데 저는 광주 5월에 이루어지는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토론하고 다투는 모습이 마냥 싫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이런 장면들이 많아져야 결국 청년들이 5·18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에디터: 본인에게 '반골기질'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로 반골기질은 자칫 억지나 고집, 분위기를 망치는 금쪽이가 된다고도 생각해요. 본인의 반골기질이 싫은 적은 없었나요?

제상님: 전 싫은 적은 없어요. 오히려 두근거립니다. 제가 "악마의 옹호자"를 표방해서 활동하는 곳들은 대부분 저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싫지 않고 두근거리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 반골기질로 악마의 옹호자가 되는 순간은 무섭지 않아요. 오히려 즐기는 편이죠. 그런데 가끔 저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이 "왜 이렇게 비협조적이냐."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긴 해요. 정말 아닌데. 저는 오히려 협조적이고 싶어서 소수의견을 말씀드리는 건데. 한편으로는 이런 피드백들이 있어서 스스로 반골기질의 선을 지킬 수 있게 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평가를 통해 제 나름 기준이 생긴 거죠. 그래서 이 기준선을 넘어가게 하면 "그래 튀어보자"라는 각오를 가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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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지금까지 제상님의 20대는 어떻게 지냈다고 생각해요?

제상님: 20대가 이제 많이 남지 않아서 아쉬운 것 같아요. 아쉽지만 후회되지는 않아요. 제가 선택한 삶이잖아요. 첫 알바를 26살 때 했는데요. 20살 때 했으면 돈을 더 모았을까? 토익을 미리 준비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공무원 시험을 할 걸 그랬나? 평범한 선택을 하며 지내는 친구들처럼 살아야 했나? 고민하기도 했지만 후회가 없다 보니 앞을 보고 남은 20대를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를 더 고민하는 것 같아요. 2년 후면 30대가 되는데 이 남은 기간 동안 20대 청년이라는 마법 같은 단어를 마음껏 쓰면서 실수하고 엉망이어도 괜찮은 이 상태를 즐기고 싶어요.


에디터: 마지막으로 그리고 자기주장이나 거절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잘하는 방법이라든지 해줄 수 있는 말과 인터뷰 마무리 소감을 부탁드려요!

제상님: "마무리 소감 싫어요."라고 말하면 되지 않나요?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하면 되죠. 그런데 중요한 건 그에 따른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충분할 것 같아요. 저는 마무리 소감 남기지 않은 책임을 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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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인터뷰 진행일: 2024년 6월 22일
에디터: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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